'80% 완료'라는 거짓말
8주째 80%에 멈춰 있는 진척률을 어떻게 볼 것인가. EVM 기초(PV·EV·AC, SPI·CPI)와 정직한 진척 산정 규칙을 정리했다.
주간보고 시간이다. "정산 모듈 진척률 80%입니다." 지난주에도 80%였다. 그 지난주에는 75%였다. PM들 사이에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프로젝트의 앞 80%에 전체 시간의 80%가 들고, 남은 20%에 나머지 80%가 든다.
농담이지만 실제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원인은 담당자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몇 퍼센트 됐어요?"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진척률이 몇 퍼센트냐는 질문은 담당자에게 두 가지 불가능한 일을 요구한다. 첫째, 남은 일의 양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이다. 둘째, 그 추정을 숫자 하나로 압축하는 것이다. 사람은 둘 다 못 한다. 특히 남은 일의 추정은 낙관 편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나오는 숫자가 80%다. 많이 했고 곧 끝난다는 뜻으로 쓰는 표현이다. 80%는 측정값이 아니라 느낌이다.
느낌을 모아 만든 대시보드는 프로젝트 전체를 초록색으로 칠한다. 그리고 마지막 달에 모든 빨간색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PM이라면 다 겪어 본 그 마지막 달이다.
느낌을 측정으로 바꾸는 두 가지 규칙
규칙 1. 진척을 묻지 말고 규칙으로 산정한다.
담당자의 주관을 걷어내는 검증된 산정 규칙이 있다.
- 0/100 규칙. 끝나기 전까지는 0%, 끝나면 100%다.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정직하다. 작업이 8~80시간 단위로 잘게 쪼개져 있다면(1편에서 다룬 8/80 Rule이 여기서 다시 힘을 발휘한다) 이 규칙만으로 충분히 정밀하다.
- 50/50 규칙. 시작하면 50%, 끝나면 100%다. 시작 자체에 의미가 있는 작업에 쓴다.
- 마일스톤 가중치. 긴 작업은 중간 검증 지점(설계 완료 30%, 구현 완료 70%, 테스트 통과 100%)을 미리 정하고 그 지점을 통과해야 진척을 인정한다.
공통점은 하나다. 진척률이 의견이 아니라 사건에서 나온다. "80% 같아요"가 아니라 "테스트를 통과했으므로 100%"다.
어떤 규칙을 어디에 쓸지는 작업의 크기와 성격으로 정한다.
| 규칙 | 적용 대상 | 주의점 |
|---|---|---|
| 0/100 | 2주 이내의 짧은 Work Package | 작업이 잘게 쪼개져 있어야 쓸모가 있다 |
| 50/50 | 착수 자체가 의미 있는 중간 크기 작업 | 시작만 하고 방치된 작업을 부풀릴 수 있다 |
| 마일스톤 가중 | 4주 이상 긴 작업, 검증 지점이 명확한 작업 | 지점별 가중치를 착수 전에 합의해야 한다 |
어떤 규칙을 쓰든 전제가 하나 있다. 완료의 정의(Definition of Done)다. 완료를 선언하려면 산출물이 있고, 검토가 끝났고, 정해진 승인자가 승인했고, 테스트 기준을 통과했어야 한다. 이 4가지가 정의되지 않은 작업의 100%는 0/100 규칙 아래에서도 여전히 느낌이다.
규칙 2. 진척과 성과를 구분한다.
일정의 50%가 지났고 작업의 50%가 끝났다면 프로젝트는 정상인가. 알 수 없다. 끝난 50%가 쉬운 작업들이었다면 실제로는 위험한 상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EVM(Earned Value Management)은 세 가지 값을 구분한다.
- PV(계획가치). 지금까지 하기로 했던 일의 가치
- EV(획득가치). 지금까지 실제로 끝낸 일의 가치
- AC(실투입원가). 지금까지 실제로 쓴 돈
이 셋에서 비율 2개가 나온다. SPI = EV/PV는 1보다 작으면 일정 지연이고, CPI = EV/AC는 1보다 작으면 예산 초과다. SPI 0.85는 "느낌상 좀 밀린 것 같다"를 "계획 대비 85% 속도로 가고 있다"로 바꾼다. 스폰서와의 대화가 달라지고 조기 경보가 가능해진다. CPI는 특히 강력한 예측 지표다. 프로젝트 20% 지점의 CPI가 최종 원가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이 EVM 연구의 오래된 발견이다.
숫자로 한 번 해보자. 10주짜리 프로젝트에 총 예산(BAC)이 1억 원이고 5주 차가 끝났다.
- PV = 5주까지 하기로 계획했던 일의 가치 = 5,000만 원
- EV = 실제 완료된 작업들(진척 규칙으로 산정)의 예산 합 = 4,000만 원
- AC = 실제 집행된 원가 = 4,800만 원
SPI = 4,000/5,000 = 0.80이다. 계획의 80% 속도이고, 이대로면 10주가 아니라 12.5주가 걸린다. CPI = 4,000/4,800 = 0.83이다. 1원어치 일에 1.2원을 쓰고 있고, 이 효율이 유지되면 최종 원가는 1억이 아니라 약 1.2억(BAC/CPI)이 된다. "80% 완료 같아요"에서는 나올 수 없는 문장들이다. 그리고 이 계산의 재료는 전부 이미 있는 데이터다. 작업별 예산, 완료 이벤트, 집행 원가면 된다.
EVM이 어렵다는 오해
EVM은 국방·건설의 거대 프로젝트에서 나온 탓에 무겁다는 인상이 있다. 하지만 본질은 나눗셈 몇 번이다. 작업마다 예산이나 공수가 배정되어 있고 진척이 규칙으로 산정되고 있다면 PV·EV·AC는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는 값이다. 어려운 것은 수식이 아니라 계산의 재료가 되는 데이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일이다. 도구를 만들며 확인한 것도 그 지점이었다. WBS와 진척 데이터가 한곳에 있으면 SPI와 CPI는 따라 나온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전문가도 구하지 못한다.
다음 주간회의에서 실험을 하나 해보자. "몇 퍼센트 됐어요?" 대신 이렇게 묻는 것이다. "끝난 작업이 어느 것들이고 남은 작업이 어느 것들이죠?" 답이 목록으로 나오는 순간 80%라는 느낌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PM의 실행 블록
내일 바로 할 일 3가지
- 팀과 완료의 정의 4요소(산출물·검토·승인·테스트)를 합의하고 문서화한다.
- 진행 중인 작업 전체에 진척 규칙(0/100, 50/50, 마일스톤 가중)을 배정한다.
- 다음 보고부터 퍼센트가 아니라 "완료 목록 / 잔여 목록 + SPI" 형식으로 바꾼다.
회의에서 던질 질문
- "완료라고 하셨는데 누가 승인했습니까?"
- "이 작업의 진척은 어떤 규칙으로 산정한 겁니까?"
- "SPI가 3주째 0.9 아래인데 만회 계획은 무엇입니까?"
경고 신호. 하나라도 보이면 진척 데이터를 의심한다.
- 3주 이상 같은 진척률에 머무는 작업
- 90% 이상에서 오래 멈춰 있는 작업
- 테스트 시작 전인데 80% 이상이라고 보고되는 작업
- 담당자마다 진척 산정 기준이 다른 팀
좋은 신호와 나쁜 신호
| 좋은 신호 | 나쁜 신호 |
|---|---|
| 진척 보고가 완료 목록으로 나온다 | 진척 보고가 퍼센트 하나로 나온다 |
| SPI 하락이 회의 안건이 된다 | 마지막 달에 빨간불이 한꺼번에 켜진다 |
| 완료 선언에 승인자가 있다 | "거의 다 됐어요"가 공식 상태다 |
도구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
EVM의 진입 장벽은 수식이 아니라 데이터 정합성이다. wbsgantt에서 작업마다 공수와 진척 규칙이 배정되어 있으면 PV·EV·AC와 SPI·CPI가 대시보드에 자동으로 계산된다. 별도 엑셀이 필요 없다. 1~3편의 규율인 분해와 단일 모델과 베이스라인이 갖춰지면 성과 측정은 따라온다는 것을 구조로 보여주고 싶었다.